
[역경의 열매―조엘 소넨버그 ⑵] 화염속 차에서 꺼냈을때 온몸 숯덩이
1979년 9월15일은 내 인생의 지도가 완전히 뒤바뀐 날이다.
그때 나는 생후 20개월을 조금 넘긴 어린아이였다.
그래서 그 날 무슨 일이 자세히 벌어졌는지 모른다.
차라리 모르는 게 축복이라고 생각한다.
그때 일을 기억하면 내 가족이 견뎌야 했던 끔찍한 기억과 영원히 잊혀지지 않을 생생한 영상을 내가 과연 제대로 감당해낼 수 있었지 자신이 없기 때문이다.
나는 그때 현장에 있었던 사람들과 이야기도 해봤고 사고 상황을 보도한 신문기사도 모두 읽었고,사진도 보았고,TV의 재연 드라마도 보았다.
한국의 친구들에게 그날의 사건을 말해야 하는 지금,그 사건은 내가 정말로 본 것처럼 구체적이고 생생하게 머릿속에 정리된다.
그 날 우리 가족은 주말여행을 떠났다.
부모님과 당시 네살이던 누나 제이미 등 우리 가족과 고모 부부가 2대의 차에 나눠 타고 뉴욕의 집을 떠나 메인주의 해변으로 떠났다.
우리는 가다가 휴게소에서 자리 배치를 다시 해 나는 아빠와 고모부 사이의 유아용 보조좌석에 앉혀졌다.
차가 햄프턴 톨게이트에 접어들었다.
아빠는 왼손에 5달러짜리 지폐를 쥐고 통행료를 내기 위해 손을 쭉 뻗었다.
아빠는 이것을 마지막으로 그 다음 몇 초 사이에 일어난 일을 전혀 기억하지 못했다.
고모부는 귀를 찢는 듯한 소음을 듣고 몸을 돌려 뒤를 바라보는 순간 대형 트럭이 우리 일행의 차를 향해 달려들고 있는 것을 알았다.
나중에야 알았지만 바퀴가 18개나 달린 대형 트럭이 40t의 양파를 적재한 채 우리 쪽 차선으로 밀고들어온 것이었다.
트럭은 엄마와 고모,누나가 타고 있던 승용차 뒷부분을 들이받은 다음 우리 차를 치고 콘크리트 시설물 위에 널브러졌다.
다행히 엄마와 고모,누나는 차에 불이 붙기 전에 빠져나왔다.
그러나 우리가 타고 있었던 승용차는 거센 충격을 받고 내 유아용 보조좌석은 공중으로 튀어올라 앞좌석과 뒷좌석 사이의 공간으로 처박혀버렸다.
그와 동시에 연료탱크가 폭발,순식간에 차체가 화염에 휩싸였다.
아빠와 고모부는 간신히 밖으로 탈출했으나 한동안 정신을 잃었다.
아빠는 의식이 가물가물한 상태에서 내가 죽었다고 생각했다.
그때는 이미 운전석의 창문으로 불길이 치솟고 있었다.
그런 상태에서도 아빠와 고모부는 본능적으로 자동차의 문을 열려고 했다.
그러나 문은 한 뼘 정도밖에 열리지 않았다.
어떻게 해볼 방법이 없었다.
일행이 합류했을 때 아빠와 고모부도 심한 화상을 입었다.
“여보! 조엘은요?”엄마의 물음에 아빠는 신음하며 기어들어가는 소리로 말했다.
“우리 아들은…”엄마는 너무 두렵기도 하고 믿어지지 않아 울부짖었다.
“아가야,아가야!”그때 엄마의 비명을 듣고 한 젊은이가 소화기를 들고 내가 타고 있던 차로 급히 뛰어왔다.
그리고 다른 젊은이의 도움을 받아 차문을 열었다.
그들은 강렬한 열기로 급속히 녹아내리고 있는 유아용 보조좌석을 맨손으로 붙잡아 불구덩이 속에서 꺼내었다.
그들이 유아용 보조좌석을 잔디밭에 내려놓았을 때 내 모습은 커다란 숯덩어리였다.